아버지의 해방일지 리뷰 - 정지아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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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리뷰 - 정지아 (창비)


 

 

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평생을 정색하고 살아온 아버지가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진지 일색의 삶을 마감한 것이다.

 

최근 독서는 밀리의 서재와 같이 월 구독권으로만 읽는데 얼마전 재밌게 본 '나의 해방일지' 라는 드라마의 제목이 비슷해서 인지 제목에 끌려 전자책 단품을 구매한건 오랫만이다. 

 

처음 몇 페이지를 읽고 나서 급격하게 소설속으로 빨려들어가 단숨에 읽어가기 시작했다.

 

전직 빨갱이였던 아버지를 둔 딸이 급작스런 아버지 죽음과 장례식을 치르는 3일간의 이야기를 다룬다.

 

아버지의 어이없는 죽음으로 장례식에 찾아드는 조문객들을 통해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킨 아버지와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어린 시절 이미 끊어졌다고 생각한 부녀지간의 관계를, 그리고 자신이 알지 못했던 아버지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가면서 이제서야 비로서 어렴풋이 아버지라는 사람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무덤덤하게 그려내고 있다.

 

 

죽음으로 비로소 아버지는 빨치산이 아니라 나의 아버지로, 친밀했던 어린 날의 아버지로 부활한 듯 했다. 죽음은 그러니까 끝은 아니구나, 나는 생각했다. 삶은 죽음을 통해 누군가의 기억 속에 부활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화해나 용서 또한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지금이야 많이 희석됬지만 빨갱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강한 반발감과 부정적인 이미지를 평생을 안고 살아야 하는 딸의 입장에서 전직 빨치산이였던 아버지가 자본주의 한국에서 평생을 사회주의자로 남아 있는 모습이 이해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세상은 변했고 더이상 굶어 죽는 이 없이 이념이 지배하지 않는 세상으로 변한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6.25 전쟁을 겪은 세대들의 현실과 아픔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죽음이란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는 것, 아버지는 보통 사람보다 더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으니 해방의 기쁨 또한 그만큼 크지 않을까, 다시는 눌뜰 수 없는 아버지의 얼국을 보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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