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의료 민영화 - 당연지정제 폐지와 건강보험 붕괴
- 경제이야기
- 2010. 4. 13.
당연지정제 폐지와 건강보험 붕괴
(DC 대선 갤러리 / Interstella / 2007-12-24)
일단 기본개념정리부터 하면,
※ 건강보험 : 나라에서 운영하는 보험상품. 법으로 강제되는 제도임.
※ 민간보험 : ‘AIG 띠링띠링’ 요런 거. 자유롭게 계약, 가입, 지급됨.
※ 당연지정제 : 모든 의료기관은 건강보험이라는 보험‘만’ 계약해야 한다는 법. 강제임.
※ 보험가입 : 환자이자 고객인 사람이 보험회사에 매달 돈 내고 회원이 되는 거.
※ 보험계약 : XX병원이 보험회사랑 계약하는 걸 말함. (병원이 보험사랑 계약하는 거, 환자가 보험사에 가입하는 거, 요 두 가지 헷갈리지 마십시오. 이거 헷갈리기 시작하면 머리 아픔.)
※ 지급률 : 보험사가 가입자한테 다달이 걷은 돈 중에 일 터질 때마다 치료비로 쓰라고 돌려주는 비율. 100에서 이거 뺀 나머지가 보험사 수익률이 됨.
※ AIG : 너무 큰 보험회사. 돈 매우 많으며 우리나라 넘실거리는 보험전문회사.
※ 삼성 : 모두가 아는 삼성 맞음.
※ 의료산업화 : 의료를 성장동력으로 육성해서 경제 좀 살려보겠다는 정책.
건강보험이란 게 머냐 하면 자동차 보험, 화재보험… 그런 거랑 비슷합니다. 의료비라는 게 원래 매우 많이 비싸서 병 걸리면 돈이 억수로 많이 드니까 평소에 여러 사람이 모아서 일 터졌을 때 병든 사람한테 몰아주는 겁니다.
우리나라에도 건강보험이 있는데 우리나라 건강보험시장은 딱 하나, 바로 건강보험공단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국민건강보험(이하 건강보험으로 칭함)이라는 상품만 써야 합니다. 강제이기 때문에 다른 건강보험상품은 사용하지 못합니다.
두 가지 면에서 강제인데,
첫째는, 동네 점방병원부터 삼성, 현대아산병원까지 모두 다 건강보험과 계약을 해야 하며 이걸 ‘당연지정제’라고 합니다.
둘째로, 모든 국민들, 이건희부터 길바닥 노숙자까지, 건강보험에 자동가입해야 합니다. 전 국민 의무가입이기 때문에 태어날 때 가입한다고 보면 됩니다.
건강보험을 나라에서 하나로 강제하는 이유는
일단 이것이 의료시장의 특성상, 워낙에 정보가 부족하고 파는 쪽(삼성, 병원, 의사 등등)이 구매하는 쪽(국민)을 속여먹기 쉬워서 그냥 시장에 내버려두면 많이 비싸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없는 사람들은 더 털리기 쉬워서 더 손해고, 그런 연유로 정부가 가격관리차원에서 하는 게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지급률이 높다는 겁니다.
무슨 말이냐면, 미국 의료보험사들 지급률이 30% 될까 말까 합니다. 즉, 보험가입자들한테 다달이 걷은 돈이 100억이라면, 병 걸리고 병원 가고 할 때 나눠주는 돈이 30억이라는 겁니다. 나머지는? 관리비랑 잡다한 거 빼고, 보험사(삼성, AIG)가 이윤으로 돌아갑니다. 아깝지 않나요?
반면에 현행 건강보험 지급률은?
지금 건강보험 재정이 흑자네 적자네 하지만 지급률이 90%가 넘습니다. 그러니까 그냥 걷은 대로 전부 돌려준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정부에서 하는구나… 하면 됩니다.
아무튼, 나라에서 하는 이 보험이 우리에게 참 좋은 제도인 게 우선은, 우리가 병나도 크게 부담 안 되게 목돈 만들어 준다는 거랑, 둘째로 위에서 말한 것처럼 지급률이 참 높다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두 가지는 민간보험 잘 굴려도 비슷하게 낼 수 있는 효과입니다.
이 두 가지 말고 장점이 더 있는 게 바로 “소득에 따라 걷어서 필요에 따라 쓴다”는 겁니다. 사실 이게 건강보험의 가장 큰 특징이자 혜택이며 또한, 건보붕괴로 가는 핵심 키워드이기도 합니다.
이제부터 중요합니다.
건강보험에서 보험료 걷을 때는 소득에 따라 걷기 때문에
- 한 달에 1억 원씩 버는 사람은… 300만 원 내고
- 한 달에 100만 원 버는 사람은… 3만 원 내고 (실제로 완전 가난하면 아예 안 내기도 함)
이런 식입니다.
그리고 이걸 가지고 아파서 병원비로 쓸 때는 필요에 따라 쓰기 때문에
- 병원 안 가는 사람은 혜택 볼일이 없고
- 병원 자주 가는 사람은 무지하게 혜택을 봅니다. 일 년에 천 번 가는 사람도 있다고 하네요. 물론 추가비용 없이. -> 사실 없는 사람들이 아플 일이 더 많기 때문에 오히려 저소득일수록 혜택이 커짐
정리하면, 결국 건강보험의 여러 가지 특징 중 가장 중요한 건 “부자들이 돈 걷어서 없는 사람들 병원비 내주는 시스템” 바로 이겁니다. 소득의 재분배 효과.
소득 상위 5% 가입자가 내는 돈이 아픈 사람들이 쓰는 전체 재정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겁니다. 물론 이렇게 돈 많이 내는 사람들, 아마 거의 건강보험 혜택 볼일 없을 겁니다. 아주 속이 타겠지요. 돈은 매달 수백씩 꼴아 박고 병원 갈 일은 없으니…
그런데 이런 부자들이 싫어할만한 제도가 도입된 이유는 박통이 북한 견제하느라 시작한 것을 전두환이 전 국민으로 확대한 거라서 그런 겁니다. 박통이 하라면 해야지, 별수 있겠습니까? 부자들이라고.
아무튼, 부족한 대로 그렇게 군화와 칼로 시작하여 끌고 온 덕택에 우리는 적은 돈만 내고(서민 70%가 내는 돈이 전체재정의 30%쯤) 똑같은 서비스를 받아온 겁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의료서비스가 저렴한 또 하나의 이유는 강제보험을 정부가 틀어쥐고 가격까지 너무 싸게 억지로 매겨놔서 그런 것도 있답니다. 그래서 의사들이 싫어하는 거고. 아무튼, 이 얘기까지 하면 너무 길어지니 넘어가겠습니다.
그래도 일단 저렴한 의료를 유지하는데 의사들, 특히 외과, 내과, 산부인과 등등 보험과 의사들의 희생이 꽤 있었다는 건 좀 알아줬으면 합니다. 그러니까 너무 욕하지들 마세요. ^^ 물론 보험이랑 상관없는 피부, 성형 요런 건 욕하든 말든… 상관없습니다.
어쨌든 이런 보험을 유지하려면 당연히 누군가는 짜증 나겠습니까?
건강보험 시스템하에서 각 주체별 손익계산을 써보면
- 부자들 - 매달 수백만 원 내고 병원 갈 일 없는데 짜증 남. 매우 손해임.
- 보험사들 - 이윤율 50%쯤 되는 엄청난 사업 못함. 군침 흘리고 있음.
- 의사들 - 특히 보험과 의사들 엄청나게 짜증 남. 자장면 강제로 천 원에 파는 중국집 사장 심정과 비슷.
- 서민들, 평민들 - 꽤 좋은 제도임. 돈 얼마 안 내고 매우 좋은 서비스 받음.
- 정부 - 돈 얼마 안 들이고 의료제도 해결.
이런 상태라서 1번, 2번, 3번이 건강보험을 바꾸거나 깨려고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러면 4번, 5번이 좀 막아줘야 할 텐데, 4번들은 정신 줄 놓고 뭐가 좋은지 나쁜지도 모르고 일단 삼성 쵝오~ 명박이짱~ 이러면서 자기들 금송아지를 걷어차질 않았습니까. 5번은 4번 챙겨주는 본연의 책임 등한시하고 1번 2번이랑 붙어먹지를 않나…
그러니 이게 유지가 되겠습니까?
그 시발탄이 ‘당연지정제 폐지’입니다. 당연지정제가 모든 병원 100% 강제계약에서 벗어나면 일단 병원들이 건강보험 말고 다른 민간보험 회사들이랑 계약할 수가 있습니다. 건강보험을 벗어나는 민간보험 병원들이 생겨납니다.
“우리 디씨병원은 AIG보험 환자 받습니다.” 이렇게 되는 거고, 그러면 필연적으로 민간보험 병원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도 생겨납니다. 아마도 1번 부자들이 이 대상이 될 겁니다. 돈 좀 있어서 좋은 의료 받고 싶으며 지불능력도 되는…
부자들이 이런 고급병원들 이용하게 되면, 건강보험에다도 다달이 수백씩 내고, 삼성보험에도 또 수백씩 내고… 이렇게 해줄까요? 아닙니다.
사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양측 보험에 모두 돈만 내준다면, “부자들 좋은 병원 이용하든 말든 우리 같은 서민들은 아무 영향 없지”라며 몇몇 사람들이 이렇게 믿고 있던데… 그래서 민간보험 해도 서민 문제없다 머 이렇게 생각하던데…
하지만, 그렇게 할 거면 보험사랑 병원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지 못합니다. 저렇게 이쪽저쪽 쌍으로 돈 내줄만한 부자들만 대상으로 해서는 민간보험사업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이윤이 안 나니까요.
그래서 정부에서 아마 부자들이 민간보험으로 갈아타면 건강보험에 돈 안 내도 되게 해줄 겁니다. 시장 만들어야 하니까요. “나 어차피 민간병원만 다닐 거니까 건강보험 탈퇴하겠습니다.” 이럴 거다 이겁니다.
나머지는 돈 없어서 고급병원 못 가니까 그냥 공보험 남는다 치고, 자 그럼 건강보험 불만인 부자 상위 5%가 탈퇴한다면,
지금 시스템의 건강보험에서 100명이 모여서 소득에 따라 걷은 돈 월 100만 원을 가지고 나눠쓴다고 가정하면, 다섯 명이 탈퇴해서 95명. 그런데 그들이 그냥 다섯이 아니라 월 30만 원 부담하던 부자 다섯이라, 30만 원을 들고 나간단 말입니다.
그러면 이제는 95명이 70만 원 가지고 나누어 써야 합니다. 이전 같으면 1명당 만원(100만 원/100명)씩 쓸 수 있던 게 1명당 칠천 원(70만 원/95명)으로 떨어집니다. 그럼 어째야 할까요? 당근 예전에 보험에서 커버해주던 병들을 빼야 합니다. 보험지급범위가 축소된다 이겁니다. 자꾸 부실해지고요.
이번에는 아까 못 나간 15명(100명 중 소득 6등~20등)이 불만을 가질 겁니다. 공보험이 이전보다 부실하니까요. 이 정도면 민간보험 가는 게 낫겠다 싶어지는 겁니다. 그럼 이번엔 이 사람들이 또 탈퇴합니다. 이들도 30만 원쯤 들고 나갑니다. 이제 80명이 40만 원 가지고 나눠쓰는 시대. 1명당 오천 원.
두 사이클만 돌아도 한 사람이 받을 수 있는 돈이 만원에서(100만 원/100명) 오천 원으로 떨어집니다. (40만 원/80명)
이렇게 몇 바퀴 돌면?
뭐 점점 오그라들다가 그냥 가난한 사람들끼리 서로 돈 모아 도와주는 민망한 보험이 되든지 아예 없어지든지 하겠지요.
당연지정제에 예외 인정해주는 순간 이런 식으로 건강보험 붕괴로 이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건강보험 없애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거랑 당연지정제 예외 인정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거랑 느낌이 확실히 다르지요? 하지만, 사실 같은 말입니다. 아마도 반발심리 줄여보자고 일부러 이렇게 추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데도 당연지정제 깨봐야 건강보험 붕괴 안 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아까 말한 것처럼 상위권 부자들이 민간보험사에도 수백씩 내면서 서민들 위해 건강보험에도 수백씩 예전처럼 턱턱 내준다면야 건강보험 유지되겠지요. 그 돈으로 가난한 사람들 비용까지 댈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아까도 말했듯이, 그렇게 할 거면 애초에 민간보험 시장 자체가 형성이 안 되므로 하나 마나입니다.
시장 만들겠다는 게 결국 부유층 끌어들이겠다는 건데, 부유층 까면서 시장 만든다? 말이 안 되지요. 당연지정제는 콜라병 뚜껑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뚜껑은 따도 콜라는 안 넘치겠지… 하고 기대하는 셈입니다.
그동안 건강보험 쓰던 사람들이 이런 식의 길을 따라서 대부분 민간보험으로 흘러들어 갈 거고 이게 의료산업화의 끝이 될 겁니다. 자기들은 그때그때 더 나은 보험을 찾아 옮겨갔을 뿐인데 결과적으로 ‘건강보험에서 밀려나 민간보험에 끌려들어 가게’ 되는 꼴이 됩니다.
물론 그때 가입하게 될 보험이란 건 항목별 수가가 이전보다 꽤 비싼(30만 원짜리였던 맹장수술이 300만 원은 될) 것들로 구성되었을 테고, 돈 못 번다고 부자들 돈 끌어다 도와주지도 않으며 지급률도 30% 수준이라 낸 돈의 30%밖에 돌려받지 못하는…
그러므로 건강보험보다 대여섯 배 이상의 보험료를 다달이 내고 예전보다 훠~~얼씬 모자란 서비스를 받게 될 겁니다.
뭐 꼭 단점만 있는 건 아니죠.
의료산업 쪽에 꽤 많은 고용이 창출되며, 대기업들은 큰 이윤을 거두게 될 테고 부자들은 예전과 같거나 적은 돈을 내고도 미국영화에서나 보던 깔끔한 병원에서 여러 의사에게 둘러싸여 양질의 서비스를 받겠지요. 물론 수명도 늘어날 것이고…
또한 실용정부(막상 부르려니 어색하구먼)는 의료산업화를 통한 경제활성화라는 자화자찬할 거리가 생기지 않을까 싶네요. 그냥 90%밖에 안 되는 서민들만 좀 불편할 뿐이지 나머지에게는 참 좋은 제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소리입니다.
뭐 어떻게 생각하든지… 그건 알아서 판단하세요.
요약하면,
- 당연지정제 손보는 순간 건강보험 붕괴로 쭈~~욱 이어진다. 무슨 일이 있어도.
- 건강보험 매우 좋다. 있는 사람이 돈 대서 없는 사람 아플 때 돈 주는 제도니까.
- 부자들이 불만이고 민간보험사랑 손잡고 자기들끼리 놀려고 한다. 없는 사람한테 돈 안주게 된다.
- 없는 사람들끼리 절대 건강보험 유지 못 한다.
- 고로 당연지정제 폐지하고 건강보험 유지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 서민들 용 민간보험은 현행 건강보험보다 훨씬 비싸고 질은 떨어질 거다. 하지만, 이거 써야 됨.
- 대통령 잘 찍자. 꼬우면 돈 벌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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